“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이 말처럼 유대인의 역사는 인류가 만든 편견과 혐오가 어떻게 제도적 박해와 폭력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유대인은 언제나 종교적 소수자였고, 경제적 경쟁자였으며, 정치적 희생양이었다. 유럽이라는 땅에서 그들은 늘 경계선 밖에서 살아야 했고, 그 외로움은 자주 증오로 되돌아왔다.
이번 글에서는 중세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대인들이 실제로 겪었던 대표적인 박해의 역사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종교적 낙인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이 같은 인식은 유대인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게토(Ghetto)**였다.
처음 게토라는 개념은 151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도시 당국은 유대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을 제한했으며, 밤이 되면 철문을 닫아 외부 출입을 차단했다. 이는 일종의 ‘사회적 격리’였으며, 유대인에게는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게토 안에서 유대인은 자신의 율법과 언어, 교육을 유지했지만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철저히 박탈당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었고, 세금은 더 높았으며, 외부와의 교류는 감시되었다. 이 격리는 수백 년간 지속되었고, 유대인을 영원한 ‘타자’로 만드는 첫 장치였다.
11세기 말,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한 **십자군 전쟁(1096~1270)**은 유럽 내 유대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집단 학살로 이어졌다. 특히 독일 라인강 주변 도시들—마인츠, 쾰른, 스파이어 등—에서는 수천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예수를 죽인 자들에게 먼저 복수하자"는 종교적 선동이 모든 잔혹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대인을 죽이는 행위조차 신의 뜻을 따른다고 여겨졌고, 이는 이후 유럽 전역으로 반유대 감정이 퍼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5세기 말, 스페인에서는 또 하나의 대규모 박해가 벌어진다. 1492년, 스페인 왕실은 모든 유대인에게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추방될 것을 명령했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신앙을 버리고 겉으로만 개종하는 ‘마라노(Marrano)’가 되었지만, 이들 역시 종교재판에 의해 고문과 화형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시기 수십만 명의 유대인이 북아프리카, 오스만 제국, 이탈리아 등지로 망명길에 올랐으며, 이는 다시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러시아 제국에서도 유대인은 늘 정치적·경제적 불안의 희생양이었다. 이 시기 가장 잔혹한 형태의 박해는 바로 **포그롬(Pogrom)**이라는 집단 학살이었다.
‘포그롬’은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조직적 방화, 살인, 약탈을 의미하며, 다수는 러시아 당국의 묵인 또는 조장 하에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1881년, 알렉산드르 2세 암살 사건 후 유대인이 배후로 몰리며 수많은 마을이 파괴되고 수천 명이 죽은 사건이 있다. 1903년 키시뇨프 포그롬은 신문 보도를 통해 국제 사회에 알려지기도 했다.
포그롬은 단순한 폭동이 아닌, 국가 권력이 만들어낸 ‘집단 분노의 배출구’였다.
20세기 초, 유대인은 금융·교육·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은 이 성공을 ‘국가적 위협’으로 간주했다. 유대인은 “국민이 아닌 기생충”으로 묘사되었고, 이로 인해 역사상 가장 조직적이고 잔혹한 학살이 시작된다.
결국 유대인은 아우슈비츠, 트레블링카, 마이단크 등 수용소로 끌려가 가스실, 강제노동, 생체실험에 희생되었다. 그 숫자만 600만 명 이상. 이는 단순한 전쟁 범죄를 넘어선 인류에 대한 범죄였다.
경제 대공황, 2차 세계대전, 극단적 민족주의로 혼란스러웠던 세계는 유대인의 학살을 알고도 외면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유대인 난민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철저히 거절했다.
그 결과, 한 민족의 생명과 문화, 언어, 기억은 역사 속에서 대량으로 지워졌다. 이것은 단지 유대인의 비극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실패였다.
유대인의 박해는 단순한 인종차별이나 종교적 다툼이 아니었다. 그것은 혐오가 체계화되고, 폭력이 제도화되었을 때, 그리고 세계가 침묵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거울이다.
게토의 벽, 종교재판의 불길, 포그롬의 칼끝,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그 속에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거대한 시스템이 만든 광기가 있었다.
유대인 시리즈 [1부]-유대인의 기원
✡️ 유대인의 기원, 왜 그들은 시작부터 ‘다른 민족’이었을까? 유대인의 역사는 인류 문명사와 함께 흘러왔다. 4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의 민족이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살아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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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3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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